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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싱가포르에서 은행 계좌 만들기

생존기

현대인에게 은행 계좌는 이제 그저 돈을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에 도달했다. 잠깐 왔다 가는 거야 한국 계좌로 어떻게 막을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생활한다면 계좌 없이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도미토리 발 코로나로 크게 홍역을 앓고 나서 지폐를 통한 결제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QR이나 NFC를 위한 결제에는 싱가포르의 은행 계좌가 필수다.

 

하지만 내가 막 싱가포르에 도착했던 1년 전에는 Circuit Breaker라는 이름 하에 모든 점포가 락다운에 들어갔고, 은행에 방문하여 계좌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은행인 DBS의 경우에는 대기 자체가 워낙 오래 걸리기도 했고.

 

그런 걸 예상이라도 했는지, 2018년부터 DBS는 계좌 신청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특히 DBS는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비자 실물이 나오기 전에도 계좌 신청이 가능해, 한국 통장으로 월급을 받아 수수료에 눈물을 흘리는 직장인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마찬가지로, 학생인 경우에도 IPA 레터만 있더라도 신청이 가능하다. 두 번 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고 괜찮았다.

 


먼저, 바로 신청이 가능하며, 추천하고 싶은 계좌는 DBS My Account다.

 

 

이 계좌는 싱가포르 여느 은행의 계좌들과 달리 Fall-below Fee, 즉 잔액 부족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없다. DBS의 경우, 학생 계좌에는 원래 없지만, 직장인의 경우에는 나름 괜찮은 benefit이라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은행 계좌는 보통 계좌 유지비가 있어 싱가포르에서 장기간 출국하는 경우에 계좌를 닫지 않으면 금액이 연체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일이 없으니 편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연체료 때문에 재입국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도 있었던 거로 봐서는, 이만큼 편안할 수가 없다.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이렇다.

 

직장인

✔ 여권 Passport

✔ 채용 증명서 Proof of Employment

원래는 비자를 제출해야 하지만, 입국 이전에 받아 온 IPA 레터로 대체가 가능하다.

✔ 거주 증명서 Proof of Residential Address

또한 회사에서 요청하면 받을 수 있고, HDB를 임대해서 거주하는 경우에는 입주 시에 등록했던 Stamp Duty를 대신 제출해도 무방하다. 통신이나 기타 전기 요금 등을 제출해도 되지만, 막 싱가포르에 도달한 우리가 이게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학생

✔ 여권 Passport

✔ 학업 증명서 Proof of Study in Singapore

싱가포르 학교의 학생증을 첨부하면 된다. 나는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싱가포르 국립대의 교환학생이었는데 이 학교의 학생증으로는 바로 가능했다. 어학원은 비자 인가 가능성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데스크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거주 증명서 Proof of Residential Address

HDB를 빌리는 경우에는 위와 같고, NUS UTown의 경우에는 UTown Office에서 바로 거주 증명서를 출력해주었다.

 

모든 서류는 우편이나 현장 접수가 아닌 온라인 접수이기 때문에, pdf나 이미지 등의 전자 문서로 준비해야 한다. 나는 iOS 메모 앱에 내장된 스캐너를 사용하여 올렸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서류 준비가 완료되면 DBS CASA로 접속한다.

 

아직은 고객이 아니니 I have non of the above를 클릭하고, MyInfo를 세팅하지 않았다면 Continue without Myinfo를 누른다. Introduction에 따라 각 정보를 입력하고, 스캔된 서류를 업로드하면 신청 완료다.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비밀 댓글을 달아주셔라. 서류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안내 메일이 오니, 그것을 찬찬히 보고 다시 답장하시면 해결해 줄 것이다. 친절과 신속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니 그것은 바라지 마시고...

 

접수가 잘 되었다면 메일이 올 것이고, 아마 문자 메시지도 올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우편과 전자우편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메일 앱의 알림을 켜 두고 자주 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 메일의 경우 서버의 차이인지 느려지는 경우가 있어, 나는 지메일을 추천한다.

 


이렇게 계좌 신청이 완료되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통장을 주지 않고, 통장, 즉 hard copy를 신청하면 수수료를 내고 통장을 받을 수 있다. 전산 시스템이 한국과 달라 사용한 돈이 앱에 바로바로 표기되지 않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빠져나가니 그냥... 그러려니 하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대신 계좌 발급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이 오면, 바로 DBS digibank (iOS / Android)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카드의 비밀 번호도 온라인으로 바꿀 수 있으니, 편지가 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그냥 앱에서 먼저 바꿔버리자. 싱가포르의 비밀번호는 한국과 달리 여섯 자리고, NETS 결제 시에 매번 입력해야 하니 잊지 말자.

 

WP의 경우에는 Kaki Bukit에 있는 브랜치에서만 가능하다며 으름장을 놓는데, 걱정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하시고, 은행 내의 Telemachine을 쓰면 웬만한 업무도 다 처리할 수 있다. 굳이 Kaki Bukit의 POSB에 가지 말자. 참고로 DBS와 POSB는 병합하여 모든 브랜드를 공유하며, 추후 체크카드 비교 편에서 써보도록 하겠다.

 


싱가포르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끝났다. 물론 100 단계 정도가 있는 것 같지만... 다들 이 더운 나라에서 파이팅했으면 좋겠다.